나도 모르게 방송 시간에 맞춰 채널을 고정시킨 건 20여 년간 한우와 한우고기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는 대학교 수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방송을 본 후의 느낌은 한 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다. 아무리 보여주기 위한 방송이 라지만 '해도 너무 한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방송에서는 블라인드 테스트라며 실험자들의 눈을 가린 채 실험을 진행한다. 블라인드 테스트란 실험에 참가하 는 사람이 실험 대상물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하 는 과학적인 실험이다. 이름 그대로 실험자의 눈을 가리 고 하는 실험이 아니다. 방법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실험 대상물(1++등급, 1등급 및 2등급 한우고기), 굽는 온도, 통계처리 등은 언급하기에도 부끄러운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더구나 2등급 한우고기는 건식숙성을 한 것이었다 고 하니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임상실험도 마찬가지였다. 지방이 많은 소고기가 사람 의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지방이 적은 고기 와 비교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두부를 먹인 그룹과 1++등급 한우고기를 먹인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함으로 써 졸지에 주제가 식물성과 동물성 단백질을 비교하는 실험이 돼 버렸다. 한 끼에 140g씩, 하루 세 끼 총 420g의 두부와 한우고기를 먹인 후 혈액을 분석하는 부분에서는 프로그램 제작 관련자들이 애처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냥 한우고기는 맛도 없고 건강에도 나쁘니 청정한 풀 을 먹여 키운 수입 소고기를 많이 먹으라고 하시지.
프로그램이 의도하는 바를 모르는 게 아니다. 현행 우리 나라 소도체 등급제 중, 육질등급에서 중요한 요소는 근 내지방도다. 소고기 내 지방은 건강에 좋지 않으니 등급 제를 개정하자는 게 이 방송의 요지인 것 같다.
하지만 먼저 현행 우리나라 소도체 등급판정 기준에 왜 근내지방도가 중요한 요소로 포함됐는지를 이해해야 한 다. 소고기의 품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기준 이 필요하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 논문과 자료에서 근 내지방도가 소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연구자가 소고기의 근내지 방도는 맛과 높은 관계가 있다는 논문으로 이를 뒷받침 했다.
무조건적으로 한우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근내지방은 높이되 피하지방 등 불가식 지방을 줄이기 위한 개량 및 사양 기술 개발은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다. '소고 기는 좋아하지만 축산을 싫어한다'는 아이러니한 인식 도 바꿔나가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노력은 우리 축산인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