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너머농장의 한우사육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한우 본연의 생리대로 자연스럽게 풀어놔 키우고 있는 것. 인공적인 시설을 최소화하고 육성단계별로 분사하지도 않으며 소가 좋아하는 천연 먹이를 마음껏 먹게 한다. 심지어는 소똥도 치우지 않는다. 스트레스 없이 좋은 환경에서 더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난 이곳 소들은 우수한 송아지를 다산하면서, 우수한 육질과 높은 등급으로 농장주의 마음에 보답한다.

5~10년 다산으로 육질위주의 개량 마쳐

이현복 대표는 1984년부터 10년간 낙농목장을 하다 서서히 한우로 전업을 시작해 1993년도에 완전히 한우사육농가로 변신했다. 현재 총 330여두(번식우 150두, 거세우 140두, 송아지 40여두)를 사육하고 있는 이현복 대표는 처음부터 송아지를 저렴한 가격에 사서 두당 차익을 남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한우개량에 적극 뛰어들었다.

 

이현복 대표는 번식우의 경우 최소 5산까지는 가는 것이 경제성 측면에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어미소가 낳은 암송아지는 우수한 유전형질을 가진 어미소로, 수송아지는 등급출현율이 높은 거세우로 자라기 때문에 경영 수지를 충분히 맞추고도 남는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초산이나 2산보다 그 이후에 낳은 송아지들이 훨씬 병치레가 없고 어미도 새끼를 잘 관리한다고 강조한다.

 

볏짚보단 건초를 마음껏 먹게 하세요

당너머농장 한우 사육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축주가 아닌 소에게 모든 것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먹이도, 축사환경도 소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둔다. 따로 사양관리를 기록을 할 필요도 없다. 소들은 매일 배합사료 1kg와 건초 5kg을 먹고 자라며, 거세비육우의 경우 15개월까지는 건초(알팔파 30%+연맥 70%)와 배합사료를, 그 후부터 연맥과 배합사료를 출하 때까지 자유급여하는 방식을 고수해오고 있다. 비육후기에 배합사료를 더 먹게 하기 위해 조사료를 제한하는 다른 농장의 사육방식은 결국 위를 망가뜨려 소를 30개월 이상 못 키우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당너머농장은 조사료로 볏짚을 주지 않는다. 볏짚은 부산물인 반면 건초는 애초에 소를 주기 위해 씨를 뿌린 것이므로 소의 입장에서 보면 건초가 낫다는 것. 건초로 키운 소들은 건강하게 10산을 하고 배합사료를 덜 먹으며 소화흡수율이 높아 질척한 똥을 싸지 않는다. 그래서 먹는 자리 외에는 10년간 단 한 번도 소똥을 치우거나 톱밥을 깔아준 적이 없단다. 그런데 축사에선 파리도 없고 냄새도 안 난다. 소의 좋은 분변은 미생물들을 위한 최고의 먹이가 되어 잘 부숙되기 때문이라고.
“진 똥을 싸는 소는 먹이가 잘못된 것이고 소화력이 떨어졌다는 뜻이에요. 이미 사료에서 경제적 손실이 일어난 데다, 축분을 치우면서 또 한 번의 손실이 일어나죠.”

 

철저하게 소의 생리에 맞춘 환경

당너머농장의 경우 1개동 180평 축사 안에 어미소를 30여두 사육하기 때문에 면적당 사육두수가 적다. 또한 칸막이를 두거나 연령대별로 분리 사육하는 건 소의 활동을 제한해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라고 보고 한 축사 안에 어미소부터 송아지까지 다양한 소들을 한데 지내게 했다. 축사 지붕 모양도 독특하다. 타원형으로 설계를 했는데 대류작용이 맞지붕보다 더 잘 일어나 환기가 잘되기 때문에 선풍기도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이 지붕은 겨울에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다. 맞지붕과 달리 타원형으로 만들면 눈 쌓일 틈 없이 미끄러져 떨어지기 때문에 일조량도 늘어나고 눈으로 인해 하중에 부하가 걸릴 일도 없다고 한다. 이와 함께 시설을 최소화하는 특성상 당너머농장에는 트랙터나, 랩핑기, 베일러, 커터기와 같은 장비가 없는데 그만큼 자본이 덜 투입되고 노동력도 적게 들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이러한 사육방식은 ‘생산비절감’과 ‘생산성향상’이라는 두 개의 커다란 바퀴가 되어 농장경쟁력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