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지방의 역설〉 연재 ④
저지방 식단, 워싱턴에 입성하다
저콜레스테롤 식단이 미국의 정책에 반영된 데는 미국심장협회와 영양학자들의 지지도 한몫했지만, 미국 정부가 휘두른 막강한 권력 의 영향이 컸다. 의회가 ‘식단과 심장질환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가설을 채택한 순간, 그 이론은 모든 이론 위에 군림하는 지배력을 얻게 됐다.
콜라타는 실험에서 ‘콜레스테롤 저하가 (심장질환의 발병률)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서 그 실험 데이터를 근거로 모든 남녀와 아이들에게 저지방 식단을 권장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 다는 비판자들의 발언을 인용했다. 스타인버그는 ‘합의보다 반 대 의견이 항상 뉴스거리가 되는’ 언론의 특성을 이야기하며 콜라타의 기사를 일축하려 했다. 그러나 스타인버그의 결론을 지지한 〈타임〉지의 표지 기사는 정확히 정반대의 사례였으며, 전반적으로 언론은 새로운 콜레스테롤 지침을 지지했다.…저 지방 식단은 심장 질환 예방 효과가 임상 실험을 통해 검증된 적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권장되는 표준 식단 이 되었다.
아렌스처럼 오랫동안 식단-심장 가설에 반대했던 이들에게도 합의회의는 중요했는데, 그들이 마지막으로 공개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회의 이후 아렌스와 그의 동료들은 그들의 주장을 철회하도록 압박받았다.…아렌스는 그의 마지 막 무대가 된 합의회의를 회상하면서 단호한 어조로 다음과 같 이 말했다. “그들은 좋은 일을 하고자 해 요. 그것이 올바른 일이기를 신에게 빌고 있죠. 하지만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서 행 동하고 있지 않으며, 그럴듯하지만 검증 되지 않은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발췌 : 〈지방의 역설〉 181p~ 이다.
1977년, 상원 특별 위원회가 미국의 식이와 질병 에 관한 문제를 다루면서 저지방 식단의 필요성이 미국 국회에 본격적으로 입성하게 됐다. 이전에는 기아나 영양실조 문제를 다루었지만, 영양 과잉 이라는 새로운 의제로 전환되며 이에 대한 원인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이 당시 중년 남성 상원 의원 의 사망 원인의 가장 큰 비율이 심장 질환이었는 데, 이 덕분에 고지방 식단이 심장질환을 일으킨 다는 키스의 가설이 높은 지지를 받게 됐다.
또한 식품 제조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권력관계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 당시 달걀, 육류, 유제품군은 식품 기업 중에서도 열띤 로비를 벌이 는 축에 속하지 않았다. 탄수화물이 기초가 되는 음식인 시리얼, 빵, 크래커 등을 판매하는 대형 식 품 회사들은 국립보건원이 영양학 연구를 지원하 기 이전부터 학술 연구자들과 관계를 맺고, 콘퍼 런스를 후원하며 과학의 흐름을 근원적으로 조종 했다. 재단과 식품회사는 과학적 의견이 형성되는 단계부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탄수화물을 장려하고 동물성 지방을 반대하는 모턴의 보고서 는 대형 식품 업체들의 이익에 딱 들어맞았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