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지방의 역설〉③ 저지방식단의 위험성
‘지방은 해롭다’는 가설이 미국 식품계를 지배했을 무렵, 저지 방 식단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지방의 대체 식품들에 들어있는 탄수화물과 당분이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학계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몇 교수들은 이에 대해 ‘앤설 키스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지적 했다.
아렌스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혈액이 깨끗해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총칼로리를 줄이는 것도 같은 효과를 보였는데, 이를 통해 아렌스는 쌀을 많이 먹음에도 트리 글리세라이드 수치는 낮은, 전후 일본의 빈곤한 농민들의 사례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높은 트리글리세라이드 수치는 당뇨 환자들에게서도 흔 히 나타나며 당뇨 환자들은 심장 질환의 위험이 높기 때 문에 알브링크는 두 질환에는 과도한 체중 증가라는 공통 된 원인이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알브링크가 밝혀낸 원 인은 탄수화물이었다. 오늘날에는 이에 대한 증거가 속출 하고 있지만 알브링크와 아렌스가 처음 발표한 1960년대 초반만 해도 상당히 생경한 아이디어였다.…저지방 식단 은 필연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증가시키기 때문에(고기 와 유제품을 줄이면 곡물과 채소를 더 많이 섭취할 수밖 에 없기 때문) 두 가설은 상충했다. 그러나 마치 영양학계 의 카산드라인 양 아렌스는 매우 존 경받는 과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발췌 : 〈지방의 역설〉 83p~
‘포화지방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장 질환을 유발한다’는 앤설 키스의 주장과는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 이 있었다. 두 가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어떻게 다른지를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던 피 터 아렌스 교수였다. 그는 시리얼, 곡물, 밀가루에 들어 있 는 탄수화물과 당분이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또한 지방을 줄인 식단이 탄수화물과 당분 섭취 를 늘릴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당시 미국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포화지 방이 심장질환을 일으킨다’는 가설로 인해 아렌스의 주장 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라이저 교수 역시 ‘육류에 있는 특정 유형의 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을 상승시키는 효 과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지만, 대중의 인식과 학계 분위 기를 주도하는 앤설 키스의 영향력을 꺾지는 못했다. 어 떻게 한 사람의 주장이 이렇게까지 학계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오랫동안 심장 질환 연구를 담당했던 조지 맨은 ‘키스는 당차고 설득력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나는 키 스의 의견에 반대했기 때문에 그 대가로 연구 지원금을 잃 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맨은 1978 년에 교수직을 은퇴하며 “한 세대 동안 심장 질환 연구는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었다”고 단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