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국회에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쇠고기의 경우 다행히 민감품목으로 분류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호주, 미국, 캐나다와 FTA를 체결한 바 있고 뉴질랜드와의 FTA 역시 비준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라 사실상 15년 이내에 수입 쇠고기 무관세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하지만 최근 홍콩 및 할랄 시장 등 쇠고기 수출이 상당부문 진척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중 FTA를 계기로 중국 시장까지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한·중 FTA가 한우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자.

 

한·중 FTA 협상서
쇠고기는 관세 40% 유지

한·중 FTA는 2012년 5월 협상을 개시한 이후 작년 11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타결이 선언됐으며, 올해 6월 1일 양국 통상장관 간 정식서명이 이뤄졌다. 현재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고, 피해보전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정 협의체를 10월 중 구성키로 하는 등 FTA 비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중 FTA 협상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쇠고기는 모두 양허제외 품목으로 분류돼 신선냉장 및 냉동 쇠고기는 관세 40%, 식용설육(족ㆍ꼬리 · 혀 등)은 18%의 관세를 유지하게 된다. 반면 중국은 냉동 쇠고기의 경우 10년 이내, 냉장 쇠고기의 경우 15년 이내에 18~25%인 관세를 철폐할 예정이다. 기 발효 중인 미국, 호주, 캐나다와의 FTA가 15년 관세유예를 조건으로 체결된 것에 반해 한·중 FTA에서는 우리나라가 양허를 지켜낸 점, 그리고 위생·검역 협상에서 업계가 우려했던 ‘지역화 개념’ 조항 등을 제외한 점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 반응이나 한·중 FTA가 한우산업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것인가 위기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중 FTA,
한우산업에 위기일까 기회일까?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해서 중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비관세장벽으로 불리는 검역문제가 해결되면 기본세율과 실행세율 40%로 중국산 쇠고기가 국내시장에 들어 올 수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한·중 FTA가 한우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이병오 강원대 교수는 “2012년 중국의 두당 평균 사육비는 116만 원으로 비육우 kg당 생산비가 우리나라보다 4배가량(농경연 2010년 기준) 저렴한 데다, 중국 동북3성에는 대형 육우 패커가 많아 중국산 쇠고기가 수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자국의 수급량과 상관없이 쿠웨이트와 요르단, 레바논 등에 쇠고기를 수출해 왔고, 동북지역 수출전진기지 육성정책과 기업농장의 고급육 생산잠재력 등을 감안했을 때 중국이 한국 수출전략을 펼 경우 언제든지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한·중 FTA가 발효되더라도 당장 중국산 쇠고기가 한우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단 중국 내 쇠고기 자급량이 부족하고, 중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선진화된 생산시스템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중국 내에서도 쇠고기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국제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 육우정책 자체가 중상등급 육질을 지향하면서 육량을 최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육질 측면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메리트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홍콩 시장을 교두보로
중국 대륙 수출을 준비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홍콩과 말레이시아(할랄) 수출에 전 기관과 업계가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상당부분 진전이 된 만큼 한우 수출에 대한 자신감이 고조돼 있는 상태다. 이병오 강원대 교수는 “중국의 관문이자 전 세계의 쇠고기가 모이는 홍콩시장에 진출해 고급육을 수출하면서 향후 홍콩을 수출전진기지로 중국을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바 있다.

 

실제로 홍콩의 경우 마블링 소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일본 화우에 비해 한우가 가격경쟁력이 있는 데다, 한류 영향까지 더해져 한국산 쇠고기에 대한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횡성한우 관계자는 “홍콩식품박람회에 참가했을 때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았고 한류로 인해 한국산 상표 그대로 수입되길 원하며 일본산 쇠고기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역원 관계자도 “현재 한국 홍콩간 쇠고기 수출입 위생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국내 10여개 업체가 홍콩 수출을 위해 검역시행장 현지심사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강원도 횡성군은 지난 8월 중국 윈난성과 한우 수출을 위한 업무협의를 하는 등 중화권 시장 진출의 문을 적극 두드리고 있고, 지난 5월에는 산동성 관계자들이 쇠고기 구매협의차 전북 광역한우브랜드 참예우를 방문하기도 했다.

 

사실 올해 최대의 이슈는 말레이시아를 통한 할랄 제품 수출이었는데, 말레이시아 수출이 성사될 경우 전세계 54개국 이슬람 문화권에 한우고기가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수출 경험이 축적되면 중국시장에 한우고기 수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 시장 속 우리 한우의 경쟁력은?

우리나라가 중국을 유망한 수출시장으로 바라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급격히 늘어나는 중국 내 쇠고기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1인당 평균 쇠고기 소비량은 2009년 2.4㎏이었지만 현재 4~5㎏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향후 5년 안에 8㎏가량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변대학 농학원 엄창국 교수는 한 심포지엄에서 지난 13년간 중국의 쇠고기 수입량이 45배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717만 톤의 쇠고기 부족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의 경우 요리 재료로 쇠고기를 사용하거나 육포, 꼬치,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형태로 쇠고기를 소비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식 고기구이가 유행하고 있다는 점도 청신호로 보인다. 아울러 도시의 젊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마블링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소비패턴이 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대형 브랜드 설룡흑우(호주산 와규와 중국 황우의 교잡종)와 같이 마블링이 좋은 고급육의 경우에는 한우 가격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인들의 한우고기에 대한 선호도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상위층 관광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설문 결과 중국인 관광객들 10명 중 7명이 한우를 먹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한우가 중국에 유통될 경우 ‘구입하겠다’는 의향은 90%에 달했고 한우가 한류의 대표적인 식문화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82% 가까이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FMD 청정화를 비롯한 검역 문제
해결이 우선

하지만 한우 수출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바로 질병 청정화, 그리고 수입제한 조치 해제다. 한우갈비를 주 메뉴로 운영하는 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중국 4개 지역에 진출해 있지만 원료육 반입이 안 돼 ‘한우갈비’를 수출하려던 원래 의도와 달리 중국의 쇠고기를 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역과 같은 비관세장벽 철폐 문제는 양국 정부당국간의 긴밀한 협조체계 하에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한·중 FTA 차이나 데스크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EU과 달리 중국은 비관세장벽이 높아 이를 낮추려는 노력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행위원회가 협력하고 있는 만큼 그 시기를 다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병오 교수는 “현재 일본산 쇠고기에 아무 하자가 없는데도 중국이 수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만 수입을 허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검역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FTA 이후 양국간 정치적 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국산 쇠고기가 우리나라를 위협할 상황도 아니고 우리나라도 당장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 있기 때문에 홍콩 수출 추이를 지켜봐가면서 중국 수출을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한우고기 수출에는 검역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1등급 이상의 수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수출길을 열었다 하더라도 FMD가 재발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또한 호주산과 미국산 대비 품질 및 가격 경쟁력도 확보해야 하며 낮은 한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의 화우처럼 정책적 지원과 함께 ‘한우’라는 공동브랜드를 바탕으로 막대한 프로모션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애로사항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쇠고기 시장이 15년 이내 무관세시대로 돌입하는 만큼 한우농가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수출을 준비해 고급육으로서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