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업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다 퇴직 후 한우 사육에 매진한 지 올해로 10년째인 천연원농장의 이영천 대표는 지난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개최한 ‘전국축산물품질평가대상’에서 최고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작년 40두 출하 성적은 1++ 등급이 87.5%, 전국평균의(16.3%)의 5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귀농 후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만들어낸 성적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전북 부안 보안면에 자리한 천연원농장을 찾아 한우 사육 노하우를 들어봤다.

송아지 이력, 혈통 등 꼼꼼히 따지고 구입해야

며칠 전 8마리를 출하해 현재 54두의 비육우를 사육하는 이영천 대표는 송아지를 구입할 때 유독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송아지를 고를 때는 경매시작 1시간 전에 가서 경매에 나온 소의 이력, 혈통 등을 우선적으로 살펴본 다음에 육안으로 송아지의 체구가 곧고 체간은 길며 앞발이 큰 지를 확인한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송아지가 있으면 시세보다 20~30만 원 비싸더라도 구입한 뒤, 3개월간은 애지중지 살피며 사육에 들어간다.

 

“입식 후 보름 동안 집중 관리를 합니다. 그리고 3개월까지 방심은 금물이죠. 아침저녁으로 체온을 체크해요. 같은 방 안에 2~3마리가 체온이 높고, 호흡기 질환인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바로 수의사에게 같은 방에 있는 모든 소에게 처방조치를 같이 해줍니다.”

 

육성기 때 모든 기능 갖춰져야 출하까지 잘 클 수 있어

이영천 대표는 고급육 생산을 위해서는 육성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때문에 육성기 기간을 16개월까지 늘려 잡고 있으며, 그 기간에는 배합사료(TMR)를 1/3, 조사료(알팔파20%, 티모시80%)를 2/3의 비율로 섞어 무제한으로 급여하고 있다. 이렇게 육성기 때 배합사료보다 조사료를 많이 먹이는 것은 조사료가 이 시기에 골격과 소화기관의 발달을 도와 기초체형을 형성하기 때문이란다. 특히 볏짚을 일절 먹이지 않고 건초만을 고집하고 있다. 물론 비용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이 들더라도 공들여 키우다 보면 육질이 좋은 소를 출하할 수 있다고.

 

또한 이영천 대표는 육성기 때 모든 기능이 잘 갖춰져야 전기나 후기 비육 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나 후기에 사료를 덜 먹거나 반추위 발달에 영향을 미쳐 설사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료 급여에도 신중을 기한다.

 

고품질 한우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육성기를 길게 유지하는 것도 눈에 띈다. 이 대표는 반추위 및 골격발달이 이뤄지는 육성기 사양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의 기초체형이 잘 발달하면 이후 사료섭취량이 확연하게 늘어나 증체율이 높아지는 등 고급육 생산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그의 설명. 이 때문에 그는 생후 16개월령까지 고단백의 육성기 사료를 소에게 급여한다. 이는 보통 생후 12개월령까지를 육성기로 보고, 이에 맞는 사육법을 따르는 대부분의 농가들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육성기에는 활동량이 많아야 근육량이 늘고 운동량도 좋아서 신체지수가 우수해져요. 그러려면 우사 공간도 중요하죠. 우사 한 칸의 법정 공간은 73㎡(약 22평)로, 8마리를 키울 수 있는데 우리 농장은 기존 8두를 6두로 줄여 활동 공간이 여유로운 편입니다.”

 

이 대표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우사 공간을 선점해, 계절별로 알맞게 사양관리를 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원활한 통풍과 깨끗하고 시원한 음수 급여, 그리고 차단막 설치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이처럼 동물보다는 자식으로 생각하며 소를 정성스레 키운 결과 좋은 품질의 한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암소 비율을 차츰 늘리겠다는 이영천 대표에게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10년 후 그의 한우 농장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새삼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