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가축 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보완할 ‘무허가 축사 개선 세부실시요령’ 마련이 늦어지면서 농가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가설건축물’ 적용범위에 대한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 이 같은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무허가 축사 양성화와 관련한 최근 정책 동향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알아본다.

 

처마 확장, 축사통로연결 등은 인정
콘크리트 퇴비사는 불인정

2012년 말 기준 환경부가 실시한 전국 축사 전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9만5,848개소 가운데 무허가 및 미신고 시설은 약 50%이며, 이 가운데 일부를 불법으로 증·개축한 축사는 28.6%이고, 시설 전체가 무허가 미신고인 축사는 21.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가축 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이 시행되었고, 이 법에 따라 축사 양성화 대상 농가는 2018년 3월 24일까지 축사시설에 대한 허가 및 신고를 완료해야 하고, 허가를 받지 않은 축사는 사용중지명령 또는 폐쇄명령 처분을 받게 됐다.

 

정부는 무허가 축사를 양성화하기 위해 2013년 농식품부, 국토부, 환경부 등 3개 관련부처가 함께 한 ‘범부처 무허가축사 개선대책’ 을 마련했으며, 작년 11월 여·야·정 협의체 합의를 통해 지자체별 건폐율 운영 개선과 가설건축물 적용대상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무허가축사 개선 세부실시요령(안)’ 을 만들어 권역별 순회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이 세부 시행방안은 올해 5월중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국토교통부가 ▲축사와 축사를 연결하거나 ▲축사 처마를 확장한 경우 ▲퇴비사 벽면을 콘크리트로 시공한 경우 ‘가설건축물’ 로 인정할 수 없다고 입장을 선회해 난항을 겪게 됐다.

 

한우협회는 국토부의 입장이 반영된다면 한우농가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올 것이기 때문에 즉각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이에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일호 국토부 장관에게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축사와 축사를 연결하거나 축사 처마를 확장한 경우는 기존과 같이 가설건축물로 인정하겠다’ 는 답변을 받았다. 다만 퇴비사 옹벽은 움직일 수 없이 땅에 부착돼 있으므로 건축법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우협회 황엽 전무는 “축사와 축사를 연결해 이동통로로 이용하거나 축사 처마를 연장하는 것은 무허가 축사 대부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이를 가설건축물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농가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이같이 대응했다” 고 말했다.

 

시군·도지회의 건폐율 및
이행강제금 개선 노력 필요

지금까지 전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보면, 무허가 축사 개선 세부실시요령에 담길 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건폐율의 경우 아직 20~50%로 하향 설정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들이 있지만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따라 60%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는 가설건축물 적용대상 확대다. 현재 가설건축물 재질은 비닐하우스 또는 천막구조만 허용했지만 합성수지(선라이트, 벽과 지붕) 재질과 50% 이하의 합성강판(갈바륨, 지붕)도 포함시켰고 바닥은 콘크리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가설건축물은 3년마다 존치기간 연장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세 번째, 올 3월부터 3년간 무허가 축사를 양성화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축사거리제한’ 을 유예시켰다. 이밖에도 젖소에 대해서만 허용되던 운동장을 한·육우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가축방역시설을 건폐율에서 제외시켰다.

 

이제 무허가 축사 양성화에서 남은 주요 과제는 시도별 조례로 제·개정되는 건폐율 확대와 이행강제금 경감이다. 건폐율을 완화할 경우 좁은 축사부지 때문에 무허가시설에 포함되던 축사를 상당수 합법화시킬 수 있는데, 현재 건폐율 60%인 지자체는 128곳이고, 20∼50%는 18곳이며 제정하지 않은 지역은 15곳이다.

이행강제금의 경우 현재는 건축법 제80조에 따라 시가표준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행강제금으로 납부해야 하지만 지난해 11월 구성됐던 여·야·정 협의체에서 이행강제금을 40%로 줄이는데 합의했으며, 이어 일부 지자체의 경우 조례를 통해 이행강제금을 이보다 낮은 5%(경기 양평), 10%(경북 포천, 충북 영동, 경북 고령), 20%(경기 여주 및 연천, 충남 공주, 전북 완주 및 고창, 전남 무안) 정도로 부과한 사례가 있어 타 지역도 이행강제금을 낮게 적용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식 건축물로 인정받기 위한 설계 및 측량, 건축에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적절한 지원 대책을 고심 중이다.

 

실제 전북 완주군 비봉면의 한 농가 사례에 따르면 2005년 사용승인을 받은 경량철골의 축사 2동(대지면적 2,000㎡, 건축면적 1,352㎡)을 신고제로 건축한 뒤 통로로 연결했는데 건폐율 60%, 이행강제금 50%를 적용했을 때 양성화 비용은 총 662만 원이 소요됐다<표 참조>.

 

이와 같이 건폐율 확대와 이행강제금 경감은 지자체별 조례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현 시점에서는 무엇보다 한우협회 각 도지회와 시군지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전북도지회의 경우를 예로 들면, 도단위 축단협 회의를 개최해 지방정부 조례 개정안을 건의했으며 이에 따라 전북도에서는 각 시군에 가축사육제한 조례 제·개정 관련 권고안과 무허가 축사 개선대책관련 이행강제금 경감요구 건의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 결과 건폐율이 60%까지 상향조정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앞으로 각 시군과의 공동대응을 통해 20~25%인 이행강제금을 0%까지 경감하고 가축사육거리제한을 완화(400두 미만은 50m까지, 400두 이상은 70m까지)하며 가설건축물 존치기간을 기한 없이 3년마다 연장하는 등 양성화가 어려운 농가의 어려움을 적극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한우협회도 이러한 시군지부 및 도지회의 노력과 함께 ▲건폐율 한시적 상향조정 ▲이행강제금 한시적 감면조치 마련 ▲건축설계비 및 측량비용 절감방안 마련 등을 추가로 건의하기 위해 올 하반기 국토부와 국회를 상대로 활발한 농정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황엽 전무는 “무허가 축사 유예기한 3년 중 벌써 4개월여가 지난만큼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세부요령을 조속히 마련토록 해야 한다”며 “협회가 앞장서겠지만 건폐율과 이행강제금의 경우 지자체 소관이므로 여론조성을 위해서 도지회와 시군지부가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입장변화로 무허가 축사 양성화 문제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우농가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된 무허가 축사 대책이 시행돼 한우농가들이 마음 놓고 축산업을 영위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