矯角殺牛(교각살우),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 는 고사성어처럼 일부 공직자 등의 금품 향응 수수를 방지하기 위해 애먼 한우농가들이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7월 14~15일 이사회를 열고,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한우산업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이 시행된다면 농가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우고기 등 국내산 농축산물을 금품수수 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김영란법’ 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임직원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토록 정한 법이다. 시행령에 예외적으로 선물이나 밥값, 경조사비 등은 가액 범위 안에서 허용토록 하고 있으며, 현재 1인당 식사와 선물은 3만 원~5만 원 이하, 경조사비는 10만 원 이하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한우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의 식사비나 선물비용이 이 금액을 훨씬 상회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우고기의 경우 설과 추석 양대 명절 수요가 전체 소비의 30∼40%에 달하는 만큼, 명절 선물로 활용되지 못하면 FTA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리서치센터는 최근 김영란법이 시행돼 예외대상 선물금액의 상한이 5만 원 수준으로 결정되면 한우세트는 90% 이상이 10만 원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선물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3년 평균 설과 추석 명절 특수로 한우가 8,308억 원(한우농가 총수입 및 유통마진)의 매출을 올린 점을 감안할 때 김영란법 시행으로 50% 영향을 가정하면 4,155억 원, 30% 영향을 받으면 2,493억 원의 매출이 감소한다는 것. 이에 한우협회는 8월 10일 국회 토론회 등을 개최해 국민권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협회의 입장을 설명하고, 한우고기 등 국내산 농축산물을 수수금지 금품에서 대상에서 제외시켜 국내 농축산물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할 방침이다.

 

한편 김영란법, 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은 올 3월 국회를 통과했으며 내년 9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8월 7일까지 시행령 마련을 위한 온라인 토론회를 통해 접수되는 의견을 고려해 8월말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공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