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산 삼겹살 값이 크게 오르고 수입산 가격은 크게 하락했는데도 소비자들이 국내산만 찾는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소비자들이 ‘수입 냉동 삼겹살은 맛이 없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쇠고기는 어떨까? 소비자들이 ‘호주산 미국산 쇠고기는 맛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까? 최근 한우사육두수 감소에 따른 물량 부족 현상이 이어지자 농가들 사이에서는 그 부족분을 수입쇠고기가 메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이에 쇠고기의 수입현황과 전망, 이에 따른 한우산업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국내산 쇠고기 자급률 48% 2013년대비 2%P 하락

지난해 수입된 쇠고기는 총 28만1천680톤(이하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합격실적 기준)으로 전년도 25만6천615톤 대비 9.8% 증가했다. 이 가운데 호주산이 15만397톤(전체물량 중 53.4%)으로 1위를 차지했고 미국산은 10만4천653톤(37.2%)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뉴질랜드가 2만915톤(7.4%)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쇠고기 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2001년 이후 네 번째로 많은 양이다.

 

다행히 올해의 경우엔 6월 10일 기준 쇠고기 수입량 누계는 총 12만1천630톤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나진 않았으나 향후 수입쇠고기 시장은 ▲호주·미국 등의 사육환경 ▲대중국 수출현황 ▲국내 소비자 인식 변화 ▲관세 등 네 가지 변수에 따라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는 호주·미국 등의 사육환경 변화이다.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의 주요 쇠고기 수입국인 양국은 가뭄이 심해 사육두수가 크게 줄었다. 카길의 안대봉 이사는 “방목 사육 특성상 가뭄으로 인해 목초가 줄어들어 미국의 경우 암소를 대거 도축했고 이는 다음해 송아지두수 감소로 이어져 미국은 현재 1940~50년대 수준까지 사육규모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급 부족으로 미국 내 소비자가격은 30%이상 상승한 상태이고, 미국은 쇠고기 수출국가에서 수입국가로 바뀌었다. 호주도 가뭄 이전만큼은 두수가 회복되지 않아 쇠고기 가격이 많이 인상된 상태이다.

 

을 흔드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육류유통수출입협회 한덕래 차장은 “중국이 그동안 홍콩이라는 백도어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갔는데 중국 내 강력한 밀수 단속이 진행돼 주춤했었는데 얼마 전 단속이 해제됐다”며 “중국 내 미국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가격에 크게 민감해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세계 시장 추이는 당분간 우리 한우산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내 소비가 늘고 정부가 현재의 고환율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경우 한국으로 수입되는 쇠고기의 가격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 다만 “미국의 경우 2년 뒤인 2017년 쯤 사육두수가 많이 회복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안대봉 이사의 말처럼 미국과 호주 쪽에 가뭄으로 인해 위축됐던 생산기반이 회복되는 시기와 우리나라 한우사육 두수가 늘어나는 시기가 맞물릴 경우 상황은 얼마든지 나빠질 수 있다.

 

미국산 냉장 고급육의 ‘파상공세’ 주의보

세 번째 변수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 변화다. 미국산은 2001년까지 LA갈비 등으로 수입량 1위를 고수해왔지만 2003년 미국 내 광우병으로 수입이 중단됐다가 2008년 재개됐다. 아직 소비자들에게 ‘미국산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남아있긴 해도 지난 5월 전체 누적 수입량을 보면 호주산(1만2천251톤)을 미국산(1만639톤)이 바짝 추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p>

 

사실 그동안은 한우고기와 수입육 시장은 소비층이 분리돼 있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요즘은 스테이크 전문점이나 대형프렌차이즈 레스토랑 등에서 미국산 고급육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빠른 속도로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길들이고 있다. 올해 5월까지 수입실적을 보면 미국산 냉장육은 5천998톤으로 전년 대비 30%가량 늘었으며 이 가운데 등심과 앞다리, 갈비, 안심 등은 각각 36%, 59%, 29%, 2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단가가 2012년 kg당 4.9달러에서 2014년 6.8달러로, 약 2달러정도 높아졌음에도 수입량이 증가한 걸 보면 이 같은 움직임을 가벼이 볼 수만도 없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한국 프리미엄 부위육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간 수출량도 2014년까지는 일본이 최대 수입국이었고 2위가 홍콩(중국의 백도어)이었으나 올해는 한국이 수입국 1위(5월말 기준)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육류수출입협회의 마케팅 공세에 힘입은 바 크다. 미국 내 쇠고기 값이 높아지자 고기를 취급하는 패커들의 마진이 마리당 170~180달러에서 240~250달러로 크게 높아졌고 이 자금이 한국시장을 공략하는데 대거 투입되고 있다는 것. 특히 레스토랑 및 호텔 관계자부터 대형마트까지 광범위한 마케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식업소 뿐 아니라 냉장육을 직접 가정에서 구워 먹는 문화를 가진 한국은 프리미엄 마켓에서 많은 마진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없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일 것이다.

 

마지막 변수는 관세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관세는 32%였으나 올해는 29.3%로 낮아졌고 내년에는 26.6%로 더 떨어질 예정이다.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도 한·호주 FTA 발효 2년차인 올 1월부터 37.5~40%에서 34.7%로 낮아져 양 국가의 소 사육기반이 회복되는 시점부터는 한우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우시장을 공략하는 프리미엄 쇠고기 ‘블랙앵거스’

국에서 이처럼 한국시장에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호주와 마찬가지로 블랙앵거스라는 품종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앵거스는 마블링이 뛰어나고 옥수수 사료를 먹여 키우므로 고소한 맛이 나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실제로 검색포털에서 ‘블랙앵거스’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블랙앵거스 비프스테이크 맛있게 하는 집’ 등 많은 포스팅을 찾아볼 수 있고 직접 쇼핑몰에서 고기를 판매하는 오픈마켓들도 많다. 일부러 소비자들이 블랙앵거스를 찾아다닌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블랙앵거스처럼 마블링이 좋은 소를 계속 육종할 경우 생산비용 측면 등에서 얼마든지 한국과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황경구 한경대 교수는 이와 관련 “미국이 일본의 고급육 기술을 상당부분 접목시켜 마블링이 많은 고기를 만들기 위해 방목기간을 줄이고 우사에서 8~10개월가량 농후사료를 급여함으로써 프라임급이나 초이스급을 만든 후 우리나라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위형 수입육협회 부회장은 “호주도 한국으로 수출하는 소는 별도로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13~18개월까지 사료급여기간을 둬서 800kg까지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즉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수입냉장육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려면 현재와 같이 고급육 생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급육 VS 생산비절감육’ 선택의 기로에선 한우농가

하지만 현재의 근내지방도 위주의 고급육 즉 마블링을 중시하는 시스템과 달리 앞으로는 육량위주로, 사료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27~28개월까지 사육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방침이 나오면서 농가들은 많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박영철 한우협회 강원도지회장은 “그동안 소를 30개월 이상을 키워서 고급육생산을 위해 노력해왔고 경제성 측면에서도 1+나 1++등급 아니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은데, 마블링 이야기가 자꾸 나오니까 소홀이 들을 수도 없다”며 “현재는 기존의 고급육생산에 치중하되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정확히 파악해 장기적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이위형 수입육협회 부회장은 “현재 신토불이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잘 어필되고는 있지만 멀리 내다봤을 때 1등급 정도면 품질이 매우 높은 편이므로 1+, 1++에 너무 초점을 맞춰서 마케팅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1등급 이외의 등급에 대한 전략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한우광고만 보면 소비자들이 모든 한우는 최상급 고기라고 착각할 수 있는데, 미국의 경우처럼 고급육은 비싸게, 등급이 낮은 고기는 제 용도에 맞게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규성 소장은 “지금까지 고급육화를 추진해왔는데 일각에서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 한우산업이 근본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출하월령 단축이 과연 얼마나 한우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지 의문을 갖기도 한다”며 “우리 한우시장이 일본의 고급 브랜드육처럼 형성된다는 보장도 없고, 스테이크 문화로 가게 되면 수입산 쇠고기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에 한우농가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두 가지 주장에 대한 절충안으로 김영원 한우협회 국장은 “기본적인 방식은 고급육으로 가되 고급육에 맞는 사양관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농가들은 생산비를 절감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컨설팅이나 교육을 실시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지난 수십 년간 1+, 1++ 출현이 30%도 안 되고, 나머지는 1~3등급인데 계속 고급육만 생산해라고 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국민들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고급육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생산비를 적게 들인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투 트랙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기호에 맞춘 안전한 고급육이 ‘대안’

대다수 전문가들은 마블링 고급육 시스템을 기존처럼 유지하거나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협사료 이선복 박사는 “28개월로 사육기간을 단축했을 때 사료값과 회전율을 합치면 두당 40만원 절약할 수 있다고 해서 관심이 높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쇠고기 특유의 풍미가 살아나는 그 맛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사육기간 단축을 우려했다. 또한 “출하월령 단축에 대비해 영양수준을 높게, 올레인산이나 지방산을 향상시킬 수 있는 쪽으로 사료를 개발하고는 있지만 30개월 출하를 권장해도 평균이 32.3개월로 올라가는 것은 시장이 원해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욱 음성공판장 경매실장도 “농가가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경매장에서 볼 때는 여전히 고품질 위주의 쇠고기를 공판장 중매인들이 선호하며, 중매인들의 선택은 곧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이홍구 건국대 교수는 여기에 더해 ‘스토리텔링을 통한 차별화’를 제안했다. “소비자들의 기호를 잘 읽어서 근내지방도 위주의 고급육 시스템이라는 차별화전략을 유지하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켜주는 기능성 쇠고기를 만들어 스트리 텔링을 하면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CLA, 오메가 지방산과 오메가 식스지방산, 아미노산, 쇠고기 특유의 맛을 내는 성분 등 한우 특유의 정점 등을 더 많이 가진 기능성 한우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이라는 키워드도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료관리법이 까다로워서 항생제나 성장호르몬을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쇠고기 이력제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한우고기는 믿을 수 있는데 비해 미국은 아직 성장호르몬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것이 미국산 쇠고기의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생산자 스스로도 ‘안전’이라는 가치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근수 자조금관리위원장은 “가격이 싸면 품질이 떨어지고 품질이 좋으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에, 한우는 가격보다 품질로 경쟁을 해야 한다”며 “한우농가들도 소비자의 기호를 정확히 읽고 충족시키되 신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수 위원장의 말처럼, 그리고 대다수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한우가 ‘차별화된 고급육’ 이미지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고급냉장육으로 우리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이에 생산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은 하되 한국인의 입맛 등 기호에 맞는 고급육·기능육 개발과 안전하고 신선한 쇠고기 생산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