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크레인 기사를 그만둔 후 한우 6마리를 가지고 경북 영천에 정착한 잘미농장(경북 영천 청풍) 이기칠 대표. 30년 만에 한우 440두(거세우 174두, 암소 266두)를 사육하는 대농이 된 이기칠 대표의 경영노하우를 들어보자.

작년 1등급 출현율 89.3%, 도체중 평균 487kg

잘미농장은 지난해 거세우 56두를 출하해 1등급 출현율 89.3%, 도체중 487kg의 성적을 보였다. 특히 이 가운데 도체중이 500kg이상 소가 24마리로 그중에서도 최고는 567kg에 달했으며, 등심단면적이 100㎠가 넘는 소가 9마리, 이중 최고는 115㎠로 기록됐다. 이는 농수산대학 축산과를 졸업한 아들과 15,500㎡(4,700평 사옥 포함)의 우사를 단둘이 관리하며 만들어낸 성과다.

 

잘미농장에서 눈여겨 볼 것은 농장운영을 철저하게 자동화·분업화해 생산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농장을 신축하면서 자동급여시스템을 설치했고, 우사 중앙에 레일을 깔아 수레를 타고 조사료를 급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400마리 소에 대해 개체관리가 쉽도록 1산 우사, 2산 우사, 거세우 우사, 암소 우사 등으로 구분하고 그 안에서도 각각 개월수로 나눠 개별관리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 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두 번이나 농장을 이전, 지금의 한적한 곳에 농장을 신축해 소음을 최소화 하는 한편, 우사 출입시 소들이 놀라지 않도록 평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지금은 낯선 이들이 들어와도 소들이 거의 동요를 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돼 있다.

 

이기칠 대표는 많은 소를 사육하고 있는 만큼 차단병역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 농장에 외부인들의 출입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사료차나 출하차 방문을 막고 직접 5톤 트럭을 구입해 소 출하나, 사료 구매시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현재까지 전염병이 발생한 적이 없다고 한다. 아울러 사양관리는 2001년 설립된 경북대구한우협동조합의 프로그램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사료와 유통 역시 조합을 통해 공동구매, 공동출하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농가보다 30%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암소도 3산미만으로 일괄 출하, 경제성 중시

농장운영에 있어서는 규모에 맞게 철저한 경제 논리를 도입하고 있다. 400여 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기 때문에 소를 늘리는 것보다 일괄적으로 개월 수에 맞게 전부 출하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번식 위주로 경영할 거라면 개체별로 개량 프로그램을 만들어 8~10산까지 가면서 관리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농장마다 상황이 다르잖아요. 우리는 전체적으로 소를 만들어서 일괄적으로 30~31개월에 출하하기 때문에 좋은 소라고 해도 남겨둘 공간이 없어요. 지금도 30마리 가량 후보군이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밀어내기 식인 거죠. 경제성을 따지자면 꼭 교과서 같은 방법으론 어려워요.”

 

그래서 잘미농장의 소들은 3산 이상의 소가 거의 없다. 개량을 염두에 두지 않는 건 아니지만 한정된 공간 안에서 많은 두수를 사육하며 생산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소의 기본적인 생리 특성에 주목해야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개량을 통해 유전적으로 우수한 우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봤는데, ‘보석’을 뽑는 게 별로 안돼요. 작은 금덩어리를 요만큼 갖고 있는 건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암소도 2산 이후에는 비육우로 판매하고 있어요. 3산 때부터는 송아지를 한 마리 생산하면 증체율이 20% 정도 줄어드니까 초산과 2산소가 자기 몸도 키우고 송아지도 생산하는 것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봐요.”

 

잘미농장이 경영 수지를 맞추고 우량의 소를 생산해 판매할 수 있게 된 데는 경북대구한우협동조합의 공이 크다고 한다. 조합의 창립 멤버로 참여하기도 했던 이기칠 대표는 조합에서 우량의 사양관리프로그램을 제공해 주고 유통을 책임져주기 때문에 소 사육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 좋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