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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장 출하예약제

“소값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농가·협회·축협 관계자,
현 제도에 불만,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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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예약제 하고부터 농가는 소값 한 번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어요. 작년 대목에 소값이 거꾸로 내려간 것도 출하예약제 때문입니다.”, “예약배정 받는 거, 하늘의 별따기 아닙니까?”, “축협도 괴롭습니다. 소값이 안 나와도 꾸준히 빼야 하니까요.

 

공판장 출하예약제(이하, 출하예약제)와 관련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농가들은 매우 격앙된 목 소리로 현 제도의 모순점들을 지적했다. 제도 시행 이후 소값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예약물량 을 배정받을 수 있는 사람도 일부 농가뿐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렇다면 출하예약제가 이 처럼 농가들로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가와 협회 관계자, 축협 출하담 당자, 농협음성공판장 관계자 등을 만나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점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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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 ONE, 출하예약제 때문에 소값이 안 오른다?

출하예약제 시행 당시, 공판장에서 차상대기를 하며 4일을 기다릴 경우 70kg가 감량될 뿐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해 육질도 나빠지기 때문에 출하예약제를 실시해야 한다는데 많은 농가들이 공감했었다. 하지만 제도 시행 4년이채 안 된 현재, 소값 하락을 이유로 농가 대부분이 출하예약제를 반대하고 있었다. 농가들은 소값이 떨어져도 예약 때문에 소를 출하해야 하지만, 중도매인들은 항상 일정 물량이 보장돼 있어 굳이 비싸게 주고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출하예약제가 농가에게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 이다. 충남의 한 농가는 “출하예약제 시행전만해도 1㎏당 지육단가가 평균 16,000원대였는데 시행후 14,000원 대로 떨어졌다”며 “이렇게 2,000원 가량 소값이 떨어질 경우 차랑 1대당 거의 소 한 마리 값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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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공판장기준, 2011.8 출하예약제 시행 <출처 : 농협축산정보센터>

 

문제점 TWO, 예약물량 배정이 공정하지 않다?

더 큰 불만은 그 예약물량 조차도 배정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북의 또 다른 농가는 “축협 조합원이 아니거나 축협사료와 톱밥을 쓰지 않는 경우 출하예약을 해주지 않겠다고 압력을 넣는다”며 “어차피 명절 때는 받지도 못하고, 그 마저도 축협 관련 농가들의 전유물이 되다보니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료와 같이 축협의 경제사업 품목이 타사 제품보다 비싼 경우 더욱 문제가 된다. 충 북의 한 농가는 “축협에 예약제라는 칼을 줬기 때문에 제품이 비싸도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예약물량 자체가 적다보니 ‘사적인 인맥에 의해 축협 출하 담당자가 임의로 순서를 당기거나 물량을 배정한다’는 오해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축협 출하 담당자들은 조합 제품을 많이 쓰는 농가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소가 많으면 사료도 많이 구매하고, 사료를 많이 쓰는 농가가 출하물량 또한 많게 마련이라는 것. 그래서 예약물량 보유량이 일선 축협의 경제사업 매출에 큰 영향을 준다는 곳도 있었다. A축협 출하담당자의 경우 “예약한 뒤 소값이 떨어졌다고 출하하지 않는 농가에게는 출하정지 등 페널티를 주는데, 각 조합마다 내부규정이 다 다르다”고 말했다. ‘아는 사람에게 특혜를 준다’는 주장에 대해서 B축협 출하 담당자는 “출하취소 물량 등 여유분이 생길 경우 대기 시간이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문제점 THREE, 출하 예약두수를 줄이면 된다?

한편 농가들은 출하예약제 개선을 위해 예약두수를 줄이거나 거꾸로 늘리면 이러한 문제점이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북의 한 농가는 “예약물량을 줄이고 비예약물량을 늘려서 가격조절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가격지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협회 전남지회 관계자도 “현 예약제 하에서는 결코 가격이 상승할 수 없다”며 “하루 50두정도만 예약으로 하고 나머지는 농가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의 농가도 “200두만 예약으로 하되 페널티를 없애서 농가들이 예약취소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면 가격이 중매인들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협 출하 담당자도 ‘예약제 때문에 힘들어요’

예약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건 농가들뿐만이 아니다. C축협 담당자는 “차라리 예약제 자체를 없애고 옛날처럼 균등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푸념을 한다. 규모가 작은 축협의 경우 일반예약물량 40두를 놓고 천여 개가 넘는 조합과 경쟁해야 하고, 농가는 농가대로 불만이 많아 민원을 제기한다는 것. A축협 관계자는 예약제 시행 후 출하실적이 반토막이 났다고 한다. ‘사장님 비예약으로 올라가세요. 그러면 등급이 높아져서 예약두수가 늘어나요’라 고 권유해도 ‘왜 내가 희생해야 하느냐’고 되물을 땐 난감하기만 하다. D축협 관계자는 전산으로 하는 일반예약물량의 경우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신청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예약이 끝나버려 이용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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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공판장, ‘상시 물량확보 덕에 타 공판장 대비 가격 높게 형성’ 주장

농협음성공판장 관계자는 ‘출하예약제로 인한 소값 하락’문제에 대해 가격은 시장 수요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지 출하예약제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2013년 6월경 실제로 예약물량을 감축해봤는데, 줄이기 전과 후의 가격차가 없었다는 것. 오히려 음성공판장의 경우 도축두수를 안정적으로 매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중도매인들도 전국대비 높은 가격에 구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차상대기 시간이 2.8박 정도가 감소되어 대기 중 감량, 지육품질 저하, 차량비용 등의 문제가 해소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농축협의 예약물량배정과 관련해, 2주전에 예약을 받지만 출하당일 8시반 전까지만 출하취소를 하면 전혀 페널티가 없으며, 농협중앙회는 출하실적과 사육두수를 감안해서 일선 농축협에 예약등급을 배정할 뿐 농축협의 농가에 대한 배정 기준은 조합의 사업목적 달성을 감안하여 조합과 농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한 예약물량 배정권한을 농축협에 주는 이유에 대해, 조합원 대다수가 협회 회원이기 때문에 협회에도 별도 배정권을 줄 경우 이중 혜택이 되고 전산시스템 자체가 내부망을 통해 이뤄지므로 농축협을 통해 예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지역별 사육두수를 고려해달라는 한우협회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6개월에 한 번씩 등급을 조정할때 출하실적 점수를 100%에서 70%로 줄이고, 나머지 30%는 출하연령대 사육두수로 조정·반영했다고 말했다. 또한 ‘비예약’이라고 하면 농가들이 무조건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평상시에는 비예약이라고 해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출하가 필요할 경우에는 비예약 활용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해결책 ONE, 소값 하한선 설정해 도축수 조절

농가들에게 ‘출하예약제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길 바라는지’ 물으면 대부분 ‘예약제는 차상 대기시간 절감 등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가격을 안정시켜 준다면 존속할 필요는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예약제 하에서 소값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 경기도 한 농가는 “소값에 따라 농가가 팔지 말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출발 전에 연락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우협회 경남도지회 관계자는 명절 등 성수기 때만 예약제를 운영하자는 의견을 내놨고, 한우협회 전남도지회 관계자는 정부가 최저가격 보상제를 실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출하예약제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김홍길 신임 한우협회장은 “현재 예약제로는 전국 사육두수와 무관하게 항상 낮은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출하예약 제가 농가를 위한 제도가 되려면 ‘가격도 예약되는 제도’, 즉 생산원가가 보장되는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농협과 정부, 생산자단체가 합의해 생산원가를 설정하고, 가격이 그에 못 미칠 때는 공판장 측에 서 그 다음날 예약두수를 줄여 단가 하락을 막는 방식으로, 탄력 있게 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결책 TWO, 도축두수가 많은 지역에 많은 물량 배정

또한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예약물량 배정의 경우 축협사료 이용 여부에 관계없이 평등해야 하며, 물량이 적체된 지역을 우선순위로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력제를 통해서 조사하면 30개월 이상의 소들이 어느 지역에 많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예약물량을 먼저 줘야 한다는 것. 누가 예약물량을 배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우협회가 관할하길 바라지만, 안된다면 ‘출하예약조절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만든 후 해당 위원회에서 예약량을 결정토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이번 의견수렴 결과, ‘출하예약제로 인해 소값이 더 떨어졌다’는 심리가 만연해 있었지만 농가들도 출하예약제의 몇 가지 장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출하예약제가 진정 농가를 위한 제도가 되려면, 기존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상당부분 보완해야 할것으로 보인다. 한우농가가 만족할 수 있도록 출하예약제가 합리적인 개선과정을 거쳐 ‘소값 지지를 위한 최선의 제도적 장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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