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협회가 ‘김영란법’ 개정에 사실상 불을 붙였다. 내년 9월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인해 한우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전국한우협회가 적극 나서고 있는 것.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8월 10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과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합리적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을 위한 국내 농축산업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 15명의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한우농가를 비롯해 축산 농가 수백 명이 방청석을 가득 메워 ‘생존권 보장을 위한 뜨거운 열망’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김영란법은 직무와 상관없더라도 일정액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하면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현재 논란이 되는 것은 8조 3항 ‘처벌 예외 대상’의 면책선물 기준을 국민권익위(이하 권익위)가 5만~10만 원으로 제안한 부분이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작년 4월 세월호 정국에서 ‘후속 4대 법안’으로 신속하게 처리되면서 국회 내부에서조차 위헌성과 보완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권익위가 면책선물 가액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할 때 3만·5만·7만·10만 원 이하로 답변을 만듦으로써 선택 여지를 제한한 것도 문제가 됐다.

 

김영란법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농축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상황에서, 가장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건’ 한우협회였다. 한우협회는 타 생산자 단체들과의 여론을 모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국회 대토론회를 주관하여 개최함으로써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한우협회 주도 국회 토론회 이후 여론 변화 감지돼

 

국회토론회를 통해 언론과 정치권의 조명을 받은 뒤 여론에서 큰 변화가 느껴졌다. 실제 한국경제신문이 26일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50%가 ‘김영란법이 경기를 죽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수수금지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자’는 의견 역시 거의 반반으로 나왔다.

 

한우협회 황엽 전무는 “5천년 민족산업 한우가 자칫 김영란법으로 타격을 입는다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치권이라고 생각해 한우협회가 주관해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며, 당시 많은 국회의원이 참석해 우리 뜻을 이해하고 적극 공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토론회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축사에서 “우리의 오랜 미풍양속에 농축산물이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여야가 잘 고민해보겠다”며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잘 상의하겠다”고 밝혔고 김재원 의원도 “이는 농축산업을 황폐화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지적하는 등 국회의원들의 발언은 많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또한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토론회 이후 ‘수수금지 대상’에서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제외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청와대와 권익위에 탄원서 전달,‘옥의 티’ 수정 추진

결과적으로 한우협회가 주도한 국회토론회는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공론화시켰고 정치권의 공감을 이끌어냈으며 각종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조명함으로써 국민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물론 법의 취지가 ‘부정부패방지’라는 큰 뜻을 담고 있는 만큼 ‘특정 산업에 대한 특혜’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 황엽 전무는 “그동안은 한우 등 특정 품목에 대한 피해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는데, 이제 세간의 관심사가 됐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을 좀 더 홍보해서 국민들을 이해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한우협회는 합리적 시행령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단체와 함께 공동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지만, 국민정서에도 반하지 않도록 보다 효과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황엽 전무는 “청탁금지법이 국가 신뢰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지만, ‘옥의 티’ 즉 법의 취지와 상관없이 농축산업계가 큰 피해를 입게 되는 부분을 잘 보살펴달라는 내용을 탄원서에 담아 논리적이고 현실적으로 우리의 뜻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우협회가 선봉에 서서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한우산업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김영란법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