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합사료 원료인 국제곡물가격이 하향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농협사료가 4월 사료가격을 4% 인하한데 이어 한 달 만에 추가로 3.2%를 인하키로 하면서, 민간 사료업체들도 사료값을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더욱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사료가격 담합 의혹까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 같은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반면 민간 사료업체들은 이미 현장 할인을 통해 판매가격을 ‘농협사료 수준’으로 낮췄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향후 국제곡물가격 전망과 함께 농가와 사료업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보았다.

 

생산원가에서 사료값 비중 너무 커,
최소 5~10%는 내려야

“열심히 일을 해도 사료값이 너무 비싸니까 ‘죽 써서 뭐 준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돈 없는 일반 농가들은 정부에서 주는 사료구매자금을 받아봤자 1년 뒤에 일시불로 갚아야 하니 결국 악순환만 계속될 뿐이지요.”

농협이 사료값을 내렸지만 축산 현장에서는 아직 사료가격 인하를 체감하지 못하는 농가들이 적지 않았다. ‘오를 땐 잘 오르고 내릴 땐 잘 안 내리는 게 사료값 아닌가요?’라는 한 농가의 반문이 이 같은 분위기를 잘 전해주고 있었다. 농가들에게 농협사료의 3.2% 인하 결정에 대해 의견을 묻자 ‘당초 요구대로 5%가량 인하했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10%까지 인하를 요구하는 농가들도 있었다.

한편, 천차만별인 사료가격에 대해 기준을 잡을 수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농가들도 많았다. A사료와 B사료를 둘 다 먹여 봐도 사료 질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가격은 25kg 한 포에 최고 2천 원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 현재 사료가격 표시제도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이런 의문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당분간 사료 가격
인상요인 없어

그렇다면 농가들의 바람대로 사료가격이 더 인하될 수 있을까? 농촌경제연구원은 “약간의 변동 폭은 있지만 국제곡물가격은 하향보합세이며 앞으로도 크게 급등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만약 올해도 엘니뇨가 지속된다면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해 쌀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로 강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미국이나 남미 쪽의 옥수수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경제 회복이 더뎌 곡물의 수요 확대가 어려운 상황하에서 현재와 같이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가 이어지는 한 수입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관계자는 “국제곡물 가격, 특히 옥수수의 경우 1부셀 당 3불50센트가 생산원가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가격이 3불50~70센트 선에서 형성돼 있어서 이미 생산 원가에 근접해 있다 보니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다”며 “앞으로 그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고 그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농협사료 7.2%인하 조치로
800억 원 환원 효과”

농경연의 관측에 따라 일단 외부 요인에 의해 사료 가격이 더 인하될 가능성은 없다고 봤을 때, 사료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국내 사료업계의 마진폭을 줄여 제품 단가를 낮추는 방법 밖에 없다. 일단 농협사료의 경우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7.2%를 인하했으며, 이로 인해 농가들이 800억 원가량의 환원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농협사료 홍보담당자는 “작년대비 옥수수 가격이 많이 내렸고 올해 말까지는 주요곡물을 다 구입한 상태”라며 “환율이 안정될 거라는 가정 하에 4%, 3.2%씩 총 7.2%를 인하했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는 “일반기업의 경우 영업이익을 최대로 내는 게 목표지만, 농협사료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일정의 수익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가격인하나 이윤배당 등으로 환원하고 있다”며 “농협사료 가격 인하조치는 민간사료업체를 견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을 추가로 인하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7.2% 인하는 농협사료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결정한 가격이라는 것. 농협사료 홍보담당자는 “농협사료의 매출이익률은 1.6~1.7%정도로 매년 매출원가와 수익을 공시하고 있고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21명의 이사진 가운데 농축협조합장이 17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수익만을 쫓지 않는다”며 “오히려 전국 15개 공장에서 사용할 원료수입곡물을 공동으로 구매, 원가를 절감했기 때문에 이와 같이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농협사료보다 10~20% 비싸다면
누가 민간 업체사료를 써요?”

농가들의 사료가격 인하 요구에 대해 민간 사료업계는 ‘이미 가격을 내릴 만큼 내렸다’는 입장이다. 한 사료업체 관계자는 이미 현장에서 ‘충분한’ 할인이 적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간 사료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판매가격은 영업일선에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고 회사에서 매달 내부지침을 내리는데, 농협사료에 버금가게 인하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실제로 가격을 인하한 결과 판매가격은 농협사료보다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사료협회 관계자 역시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농협사료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민간 사료업계가 농협사료처럼 특정 일자를 시점으로 사료가격 인하조치를 발표할 수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농협의 시장점유율이 35%이고 민간업체의 점유율이 65%인 상황에서 50개 회원사가 65%의 시장을 놓고 경쟁을 하려면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대농가나 OEM방식의 주문사료, 지역브랜드 공동구매 등을 통해 판매하기 위해 이미 현장에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보니 추가로 내릴 수가 없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사료 쓰는데 옆집 사료 값도 몰라

이처럼 사료가격에 대한 입장차가 엇갈리는 이유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실시되고 있는 사료가격표시제 역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농협사료의 경우 ‘1물 1가’ 제를 통해 농장 규모에 상관없이 같은 가격으로 사료를 양축가들에게 공급하고 있지만 민간 사료회사의 공장직송 물량은 가격표시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사료원가 공개요구 역시 ‘기업 고유의 영업비밀’ 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민간 사료업계는 “농장 규모와 여수신 조건, 거래 년수, 수의서비스 포함 여부 등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 설명하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다. 똑같은 사료를 쓰는데 옆집에서 얼마에 쓰는지 모르다 보니 내가 쓰는 사료가 싼지 비싼지조차 알 수 없게 되는 것. 또한 규모가 영세하거나 공동구매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민간업체의 사료를 사용한다면 할인 혜택을 그만큼 받지 못한다는 결론이 된다.

사료업계는 사료업계대로 고민이 많다. 공동구매로 구입하는 한우농가들이 많아졌기 때문. 민간사료업체 한 축우 PM은 “저희 회사의 경우 공동구매가 70~80%가량 되는데 물량 1천 톤을 갖고 견적서를 제출하라고 하면 어떤 업체가 정찰제로 가격을 써낼 수 있겠냐”며 되물었다. 또한 “한우협회 시군지부의 경우 10마리 키우신 분도 가입이 돼 있는데 공동구매를 통해서 1천 톤씩 구매하시는 분과 같은 가격으로 사료를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사료가격 표시제가 이처럼 유명무실해 진 이유는 무엇일까?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처음 사료가격 표시제를 마련할 때만 해도 회사별로 가격이 워낙 다르다 보니 최소한 평균치라도 알고자 시행하게 됐고, 공장직송 사료가격까지 포함시키려고 했지만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해서 대리점가격만으로 한정하게 됐다”며 “아직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료가격 관련 정보를 어디까지 오픈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으며, 업체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개범위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가-업계 상생 위해 양질의 사료를
저렴하게 판매해야

실정이 이러니 농가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료가격이 생산비에서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답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브랜드화 때문에 단일사료를 썼는데 조합 자체적으로 입찰을 진행했어요. 7개사가 참가해 2개 회사를 선택했는데 제안 가격이 매우 저렴했고 1년 단위로 계산하니까 어마어마한 비용절감 효과가 있더라고요.”
철원지역 한 농가의 말이다. 그러나 이 조합에서는 1년 뒤 기존 사료를 쓰겠다고 돌아선 농가들도 있었다고 한다. 사료값은 저렴했지만 증체율 등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농가들 사이에서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협회와 자조금, 농협사료, 민간사료회사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서 적정 사료가격을 결정함으로써 상생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농가도 있었고, 우리나라 사료회사들이 수입곡물을 공동으로 구매해서 단가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자조금으로 연구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농가들은 이 말을 전하고 싶어 했다.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농협사료가 가격을 낮추면 더 빠르든 더 늦든 일반사료회사도 따라서 낮출 수밖에 없다고 봐요. 농협사료의 선제적인 인하조치를 기대합니다.”